흔들림 없는 신념이 정확한 슛을 끌어낸다
루이스 앨신더 Lewis Alcindor라는 어린 소년이 처음 농구공을 손에 들었을 때, 이 아이는 공을 다루기엔 상체의 힘이 너무 부족해 공에 휘둘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아이는 공이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일단 농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자 모든 것을 농구 연습에 투자했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초등학교 5학년에 이미 키가 5피트 8인치(약 173센티미터)로 훌쩍 자란 이 아이는 대학 졸업 후 이슬람교로 개종하여 이름을 바꿨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카림 압둘 자바 Kareem Abdul-Jabbar가 바로 그것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열의로 운동하던 이 키 크고 비쩍 마른 아이는 이제 신장 7피트 2인치(약 218센티미터)의 초대형 농구선수로 성장해 오늘날 우리가 유사 이래 최고의 선수라 부르는 압둘 자바가 됐다.
1947년 뉴욕에서 태어난 압둘 자바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세계 농구역사에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바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실패 없이 성공을 맛보는 자는 아무도 없고, 무엇인가에 당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자바는 프로에 진출하기 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이미 팀의 리더로서 패전을 여섯 번밖에 기록하지 않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이 여섯 번의 패배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울 만큼 뭔가를 배우는 데에는 소질을 타고난 선수였다.
1989년 은퇴할 당시 자바는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가 공인하는 신기록을 9개나 보유한 신기록 제조기였다. 정규리그 득점에서 통산 1위(38,387점)를 기록했고, 시즌 평균 20경기 출장에 플레이오프전에서 올린 득점만 해도 5,622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또 MVP에 6회나 선정되었으며, 통산 1,560경기 출장에 총 57,446분을 뛰었다. 그리고 필드골* 15,837골, 필드골 시도만 28,307회, 블록슛3,189회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 농구에서 자유투를 제외한 2점슛과 3점슛을 통틀어서 칭하는 말.
선수생활 동안 LA레이커스의 NBA 우승을 다섯 번이나 이끌었고, 밀워키 벅스에 이적해서도 우승컵을 한 번 안았다. 1970년 프로에 데뷔한 자바는 1990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강한 파워와 화려한 플레이의 조화
그렇다면 자바가 NBA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자바가 등장하기 전, 농구계는 키 크고 힘센 선수가 주름잡는 힘의 대결장이었다. 그러나 자바는 다른 선수에 비해 체력이 탁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체력을 키워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바는 엄청난 연습을 통해 공에 접근하는 방식을 터득했고 무엇보다도 강한 정신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게임 전 다른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잡담을 나누거나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낼 때 자바는 조용히 앉아 독서를 했다. 아마도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었을 텐데, 자바는 그 뒤 책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독실한 이슬람신자였던 자바는 또 기도와 명상, 신앙에 대해 생각하며 영감을 떠올리는 데 주력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농구에서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만 진정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자바는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얼마 전 펴낸 자서전 「카림 Kareem」에서 자바는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농구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혼자 연습하는 것을 즐긴 자바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카이훅’을 탄생시켰는데, 이것은 높이 도약한 상태에서 골대를 내려다보며 골을 넣는 새로운 공격기법이다. 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바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연습을 했고 경기 후에도 연습장에 남아 혼자 훈련하는 일이 많았다.
스카이훅은 자바의 주특기가 됐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상대팀 선수들은 자바가 골대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마크하여 그가 골을 넣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 자바는 높이 뛰어 한발 스카이훅을 넣으면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미국 농구계에서는 “자바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돌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자바가 모든 분야에서 최고선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약점을 알면 그걸 보완하려고 수천 번이라도 연습하는 끈질긴 선수다. 자바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농구의 기본인 드리블, 슛, 리바운드 같은 것이었다. 이런 기본기를 연마하는 연습을 통해 팀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기본기 훈련은 슛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도의 집중력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자바는 “기본기는 별로 중요한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하곤 했다.
슬럼프에 빠지면 자바는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이 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나 LA레이커스팀의 전문가들이 그의 좋은 조언자였다. 자바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의 문제보다는 심판의 잘못된 판정이나 팀 동료의 실수로 시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 등이었다. 그럴 때마다 자바는 넘어지거나 골을 넣지 못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자바는 대학 재학시 감독이었던 존 우든John Wooden에게 상담을 했다. “제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우든의 대답은 “감정을 자제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된다”는,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잃고 격한 감정에 휘둘리도록 내버려 둔다면, 결국 자네는 감정에게 지고 말 거야.”
그 뒤 자바는 모든 집중력을 골을 넣는 데만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화를 낼 시간에 그는 슛을 쏘고 팀 전략을 짜는 데 더 신경을 썼다. 그 뒤 자바는 그야말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자바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손가락과 팔꿈치가 자신의 눈을 자주 찌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것은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안 자바는 즉시 보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은 웃어댔지만 자바는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자바는 다른 선수들이 날아오는 공을 보려고 애쓸 때 몸싸움을 하면서도 정확히 공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
42세에 은퇴했으니 다른 선수들보다 자바의 나이가 엄청나게 많았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변명은 하지 않았다. “나이 먹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기에 지고 나이를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자바가 신경쓴 것은 평소 식단이었고 매일 연습도 빼먹지 않았다. 그 외에도 체력을 키우기 위한 근력강화 프로그램을 살핀 뒤 자신에 맞게 부분부분 수정해 날마다 체력관리를 했다. 우든이 충고한 대로 묵직한 물건을 들어올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피하고 장시간 경기할 수 있도록 심장혈관을 강화시켜 주는 지구력 운동에 치중했다. 그러나 훗날 영화스타이자 무술의 대가인 이소룡을 만난 뒤 자바는 근력을 키우는 것도 슛에 도움이 됨을 알게 되었고 근육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나가는 사람
매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자바가 한 일은 다음 시즌에 대비한 연습과 체력관리였다. 결국 그런 식의 자기관리가 실제 게임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바의 훈련방법 중 가장 특이한 것은 게임을 앞두고 자신이 어떻게 경기를 이끌지 미리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 보는 것이었다. 자바 스스로도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했지만, 상상력을 통해 다른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뛰는 모습을 그려 보며 경기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상 매스컴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자바는 자신이 유명인사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팀의 일원이라는 점을 명심하며 언론의 초점이 항상 자신이 아닌 팀에 쏠리도록 했다.
실제로 선수 한 명으로는 자바를 마크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상대팀에서는 2~3명이 달라붙어 집중마크를 했고, 이런 경우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경기를 풀어 나가기 힘들다는 점도 자바는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 집중마크를 뚫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바는 공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 팀 전체의 사기를 올리는 데 주력했다. 또한 공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 득점을 유도함으로써 팀은 하나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모두가 한 팀이 돼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팀에서 중요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선수 한 명으로 팀을 만들 수는 없다.”
이런 태도가 동료들의 지지를 얻어냈고 결국 자바를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린 것이라 하겠다.
참조: 승부사 폴 베어 브라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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